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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공연(문화) 리뷰

지적 유희를 스토리로 완성하다 - 인셉션

어제 인셉션을 보고 왔습니다. 커플 데이트를 했는데 자리가 없어서 4명이 나란히 앉지 못하고 떨어져 앉았지요.
인기를 실감하고 왔습니다.

먼저 야후와 진행한 <인셉션 인터뷰 및 트레일러> 올려봅니다. 아래 글에는 스포일러는 없지만 영화정보와 지식이 있습니다.


주말 영화프로그램의 신규 영화 소개를 보다보면, '와~ 어떻게 저런 생각을, 저런 가정을 하고 영화를 만들 생각을 했을까?"
하는 의문과 기대감을 갖게 만드는 영화들이 있습니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기존 영화였던 메멘토(2000)도 그러했죠. '10분 밖에 기억하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면?"
우리를 흥분시키고 액션장면에서도 한 축을 그었던 영화 매트릭스(1999)도 그렇지요 "지금 살고 있는 이 세상이 과연 진짜인가?"
존 말코비치 되기 "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
 
인셉션에서도 이러한 가정이 하나 있습니다.
"우리가 꾸는 꿈속에 들어갈 수 있고 나아가 기억을 지우거나 넣을 수 있다면?"


영화는 약 2시간 30분동안 꿈을 통해 의뢰받은 일을 해나가는 코브 팀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영화는 단순히 꿈에 들어간다는 단순한 가설만을 사용하지 않고 좀 더 견고하게 구조를 세워 관객이 쉽게 이해하고 빠져들 수 있게 만듭니다.
예를 들어
1) 한 사람의 꿈 속에 다른 사람이 몰래 들어갈 수 있고, 원하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 꿈설계자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2) 꿈에도 단계가 있어 깊어질수록 무의식으로 가까워 집니다.
3) 주인공들은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하기 위한 자신만의 아이템(토템)을 사용합니다.
4) 현실에서의 물리적 작용은 꿈에서도 그대로 적용되기에, 꿈에서 깨어나야 할 시 "킥"이라는 물리적 작용을 통해 일어납니다.
5) 꿈 속에서 또 꿈 속으로 (2단계 or 3단계) 까지 나아갈 수 있는데 이 때 시간의 흐름이 급격하게 달라집니다. 현실에서의 1분이 꿈 속(1단계)에서는 1시간(60분), 꿈 속의 꿈속(2단계)은 2.5일 (3600분), 꿈 속의 꿈 속의 꿈 속 (3단계)에서는 150일 식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되지요.

위와 같은 설명과 함께 이들의 미션을 따라가다보면 어느 새 영화의 논리에 푹 파져 이젠 미션의 성공여부에 관심이 가게 됩니다.
주인공 코브(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개인적 사연이 여기에 더 보태어져 영화는 단순한 의문점만을 따라가지 않고도, 주인공의 심리를 쫓아가면서 편히 볼 수 있게 만드는 대중적 요소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즉, 이전의 기발한 발상을 가진 영화들이 대부분 저지르게 되는 실수가,(개인적인 생각으로)
발상, 아이디어는 좋으나 그 아이디어를 설명하기 위한 또는 아이디어를 펼쳐놓기만 하던지, 관객과의 숨박꼭질은 재밌게 하나 나사하나가 풀린 듯이 맥없이 뒷수습을 못하고 마무리하게 되버리는 영화가 대부분입니다. (저한텐 메멘토, 푸시, 평행이론 등의 영화가 그러했습니다.)
그런 영화를 보면 2시간동안 여러가지를 뻗어나가 따라가보았지만 끝은 잘리고 없는 낭떠러지 끝에 서 있는 기분이 들죠.


그러나 제 생각에 인셉션은 크리스토퍼 놀란의 상상력을 무한대로 펼치면서도 보편적 소재를 통해 미션과 주인공의 스토리에 균형있게 힘을 주어 관객이 "약간의 지적유희를 즐길 수 있도록" 해주는 장치를 대중적으로 사용한 영화였습니다.

즐겁게 보실 수 있는 영화이기에 많은 분들이 즐기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서역의 조셉 고든 레빗, 그를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했더니 미드 '솔로몬 가족은 외계인'에 나왔었네요! 귀여우면서도 날렵한 모습이 인상적!이였습니다>

아! 그리고 영화에 대해서 한가지 더! 영화음악을 빠트릴 수 없죠!
음악에 제가 좋아하는 한스짐머 아저씨께서 참여해주셨네요. 역시 웅장하고 무언가 스케일이 느껴지는 음악을 만들어내는 그의 손과 귀를 전 사랑합니다.
OST 중에서 두 곡 올려봅니다.

01. Half Remembered Dream - Intro 및 킥 사용 시 나오는 음악입니다.


03. Dream Is Collapsing - 메인테마 :  벌써 귀에 익었어요.


*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을 보시겠어요?

바로 영화에서 킥 사용전 서로 신호를 주기위해 사용하는 음악인 에디트 피아프의 노래 Non, Je Ne Regrette Rien (아니, 난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아요) 입니다.
이 음악을 꿈 속의 꿈 속처럼 느리게 들으면 사운드트랙 1번처럼 비슷하게 들린다는 것입니다. 역시 한스 짐머!!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