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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데이빗 린치의 빨간방



나에겐 '트윈픽스'로 익숙한 데이빗 린치의 메모같은 글이다.

그는 책에서 그가 적극적으로 찬양하는 명상의 방법을 통해
자아,내면과의 깊은 만남과 이를 통한 창조적 아이디어를 얻고 있다고 말한다.
또한 창조적 아이디어를 구체화시키기 위한 그만의 방법도 소개한다.
단계적이거나 논리적 접근방법이 아닌 긍정적인 힘을 바탕으로 한 작은 아이디어로 큰 그림으로 맞추는 그만의 시행착오도 담담히 이야기한다.

그의 글은 매우 담백하면서 진솔해서 책 속 글귀처럼
책에서 그가 표현하고자 하는 의미와 내가 얻은 것을 글로써 표현하기는 여려울 것이다.


어렸을 때 아빠가 한달에 한번씩 서점에 데려가 책을 사주곤 하셨다.
한 4달 정도 명상, 오라, 뇌파 등 설명될 수 없는 이야기에 마음을 뺏겨 열심히 책을 들여다 보곤 했던 기억이 난다.
명상을 위해 눈을 감고 호흡에 집중하다보면 차분하고 고요해지는 느낌을 받았던 기억.
사람마다 오라를 가지고 있을 거라 믿고 눈의 초점을 흐리며 바라봤던 기억.
데이빗처럼 어떤 희열을 느끼거나 아이디어를 만나진 못했지만, 어설픈 호기심이 저절로 떠올려진다.
그러나 어딘지 모르게 긍정적인 그 때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며, 머릿속으로만 그려지고 나만의 생각의 씨앗을 현실로 만들어 타인과 공유하고 있는 그가 부럽게 느껴진다.

사실 난 블로그를 통해 여행의 즐거움을 옮기고 있지만
글로 묘사할 때 잘나지 못한 문장과 묘사 실력에 이마를 쳐 댈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이건 A고 B고 C다라는 말을 잘 할 수 있지만, A에서 느꼈던 바람냄새, B를 타고 바라봤던 창밖의 순간들, 그리고 C와 함께 나누었던 대화가 그 때의 느낌을 글로 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진과 영상이 있어 글 대신 전할 수 있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