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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동영상] 삼척의 해돋이와 아빠의 하모니카

Sunrise with my daddy harmonica. from Costrama on Vimeo.



현재 군인이신 아빠는 직장 때문에 강원도 삼척에 머물고 계십니다. 고3인 동생으로 엄마와도 떨어져 계시죠.
독실한 기독교 신자셔서 아침마다 새벽기도를 하시고 저희에게 새로운 하루를 화이팅하고 또 감사하자는 문자를 보내곤 하세요. (참고로 전 가톨릭 신자입니다)
처음 문자를 받았을 땐, 한번 두번 답장을 곧잘 했었는데 이제는 아침에 오는 문자를 보면 "보내셨구나~"하고 잠들어 버립니다.

몇달 전 아빠에게 다녀왔을 때 아빠와 함께 삼척 해수욕장의 해돋이를 보러 바닷가로 나갔습니다.
일출을 보겠다고 담요와 캠코더를 들고 나가자 아빠는 하모니카를 챙기십니다.
그리고 제가 삼각대에 캠코더를 올려놓고 바라보는 동안 옆에서 하모니카를 불러주셨습니다.

생도시절부터 늘 새벽에 일어나는 아빠.
처음보는 건 알아야 직성이 풀리고 그 많은 호기심 때문에 늘 하고 싶은 것도 배우고 싶으신 것도 많은 당신은
어린시절 누구보다 본받을 만한 자랑스러운 대상이였던 아빠에서 인생을 원리원칙대로만 사는 고집스런 사람처럼 느껴졌습니다.
한달에 한번씩 서점에 가서 딸들이 읽고 싶어하는 책을 사주시고,
어려운 내용은 만화로 읽으면 재미있다고 하시면서, "만화로 읽는 정보화"라는 책을 그대로 따라그리는 숙제를 내주셨고
영어는 무조건 외워야 된다고 하면서 "a,b,c"겨우 구분하는 딸에게 민병철 생활영어 문장을 한글소리 그대로 통째로 외우게 하셨습니다.
제가 하도 늦잠을 자니 2달간 살고 있는 아파트만 우유배달 아주머니께 부탁하여 우유배달을 하게 만드셨었지요.
아빠의 가르침엔 어떠한 기교도 없는 정직한 배움뿐이 있을 뿐이였지요.
그러나 배우고자 하는 열정만 있다면 누구보다 아낌없는 지원을 해주셨었습니다.

머리가 크면 모든 것을 다 이해할 줄 알았것만, 세상에 대한 불만은 많아지고 부모님의 가르침은 왜 나보다 더 세상을 모르고 하는 말씀 같을까요?
아빠의 인생은 아빠 성격만큼이나 그 어떠한 책략이나 술수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조금만 정치를 알았더라면, 조금만 더 전략적으로 사는 방법을 보이셨더라면
지금과 또 다른 삶을 살고 계시겠지만, 아빠는 인생선배로써 살고 있는 모습 그 자체로 조언을 해주고 계십니다.

아빠의 성격만큼이나 투박한 하모니카 소리가 좋아서 넣은 투박한 영상입니다.

이번 주말에 삼척에 다시 놀러갈 생각입니다. 여름바다도 보고 아빠 얼굴도 보고 좋을 것 같습니다.